Special Illustraion, DF Artbook, 2008

* 2008년 던전앤파이터아트북에 수록되었던 작업과정의 내용을 수정하여 올립니다.



준비단계
 설정집을 위해 작업한 일러스트의 작업과정을 보여 드리고자 합니다. 일련의 작업에는 Adobe사의 Photoshop CSWacom사의 Intuos3 타블렛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Photoshop CS6를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이 글은 스케치부터 모든 과정을 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브러쉬의 설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작업을 할 때 재료에 따라 그림의 느낌이 달라지듯이 컴퓨터 작업 역시 브러쉬의 느낌에 따라 일러스트의 느낌이 좌우됩니다. 던파 일러스트는 브러쉬의 질감이나 특성을 이용해 작업하는 그림체는 아니기 때문에 기본 브러쉬를 조금 수정하여 사용합니다. 본격적으로 브러쉬를 설정하기 위해 먼저, 메뉴의 windows 항목을 누른 뒤, brush를 선택하여 브러쉬 설정창을 엽니다. 그럼 아래와 같은 창이 열립니다.


 나열되어 있는 브러쉬들은 Photoshop을 설치하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각 브러쉬를 선택하면 아래에 구체적인 사용예가 표시됩니다. 첫 번째 것은 주로 번지는 효과를 낼 때 쓰는 것인데, 필압에 따라 투명도가 변하도록 설정하는 것이 사용하기에 편리합니다. 이를 위해 왼쪽의 세로 항목에서 Transfer를 체크한 뒤, 항목을 놀러 세부설정으로 들어가면 오른편 위에 아래와 같은 항목이 표시됩니다.


 off로 되어있는 control 항목을 Pen Pressure로 바꿔 필압에 따라 투명도가 바뀌도록 합니다. 설정이 완료된 브러쉬는 맨 오른쪽 아래의 버튼을 눌러 새로운 브러쉬로 저장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두 번째 브러쉬를 수정하여 스케치와 채색용 브러쉬를 각각 만들겠습니다. 설정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왼편의 Shape Dynamics를 체크하여 필압에 따라 크기가 조절되도록 하면 스케치용, 첫 번째와 같은 설정을 추가하여 투명도까지 조절되도록 하면 채색용 브러쉬입니다. 선의 밀도를 올리기 위해 Brush Tip Shape 항목으로 돌아가 Spacing을 10% 내외로 변경하면 좋습니다. 완성된 형태는 각각 다음과 같습니다. 비교를 위해 Spacing을 125%로 조절한 브러쉬도 첨부합니다.


 스케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스케치 할 레이어의 블렌딩 모드를 Linear Light로 바꿔줍니다. 이렇게 하면, Normal일 때와 달리 아래에 있는 레이어에 채색된 색에 따라 선의 색이 달라지게 됩니다. 
 Normal일 경우 비교를 위한 두 선 중 위의 것과 같이 평범한 단색으로 칠해집니다. 반면, Linear Light를 적용하면 같은 색으로 스케치를 하여도 아래 선처럼 다채로운 색으로 표현됩니다. 이 방법으로 스케치를 하면 아래에 채색된 색에 따라 스케치선의 색 또한 자연스럽게 변하기 때문에 좀 더 풍부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브러쉬들을 이용하여 이후의 작업과정을 설명하겠습니다. 




스케치
 이제 본격적인 스케치를 시작합니다. 먼저, 전체적인 구도와 동세를 잡았습니다. 한 화면에 8명이나 들어가고 각 캐릭터의 체형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구도를 잡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키 차이가 상당하고 벽 앞에 나란히 서있는 구도이기 때문에 키에 따른 배치를 우선적으로 했습니다. 또한, 당연히 옷을 그리며 몸은 가려지겠지만, 옷이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근육을 그려 체형을 구체적으로 잡았습니다.





 대략적인 구도와 동세를 잡은 뒤, 옷이나 머리, 장신구 등의 세세한 형태를 만들어줍니다. 이 때 미리 잡아놓았던 동세와 체형이 깨지지 않고 잘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형을 먼저 잡지 않고 처음부터 옷을 입은 상태로 그리기 시작하면 이 단계에서 많은 실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의자나 권투 글러브, 가방, 권총 등의 소품 형태를 비롯해, 특히, 옷의 주름 등은 사진이나 기타 자료를 보며 연구하는 것이 사실감을 주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전체적인 묘사가 끝난 뒤에는 선 정리가 필요한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정리합니다. 




 첫 단계에서 잡았던 구도가 자연스럽지 않아 배치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왼쪽부터 격투가, 거너, 격투가, 귀검사, 거너, 프리스트, 마법사, 귀검사입니다. 




밑색
 선 정리가 다 되었으면 대략적인 배색으로 전체적인 빛과 색감 등을 결정합니다. 후에 세부적인 명암을 표현하면서 전체적인 명암의 흐름이 깨어질 수 있으니 이 과정에서 미리 빛 방향을 명확하게 정하고, 이를 고려하여 대략적인 명암 배치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그림에서는 붉은 벽과 강한 그림자가 대비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위쪽에서 떨어지는 쨍한 빛으로 설정했습니다. 옷 역시 정장 위주의 차림이 되도록 하여 어두운 색이 차지하는 면적이 늘어나도록 하고, 각 캐릭터가 고개를 든 정도를 조절하여 밝은 색 또한 적당히 배분되도록 했습니다.




 대강의 색 배치가 끝났으면 본격적으로 세세한 명암과 질감 처리 등을 결정하여 묘사를 시작합니다. 대체적으로 피부색을 먼저 그린 뒤에 그것을 기준 삼아 나머지 부분의 색을 결정하면 전체적인 색감을 맞추기가 수월해집니다.
 배경은 천계의 성벽을 기준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해당 무늬를 그렸습니다. 최종적으로 배경은 선 없이 완성시킬 것이지만, 정확한 형태의 무늬를 그리기 위해 미리 별도의 레이어에 스케치를 했습니다. 채색한 뒤에 해당 레이어만 끄면 무늬를 수월하게 표현할 수 있고, 이후에 수정을 하기도 용이합니다.
 귀검사는 주인공임에도 다른 캐릭터에 비해 키가 무척 작아 시선을 집중시키기 힘들기 때문에, 가운데에 배치하고 배경의 무늬를 마치 후광과 같이 활용하여 단점을 보완했습니다.




인물 묘사
 얼굴 역시 앞선 말한 것처럼 빛 방향을 알 수 있도록 먼저 큰 명암 단계를 나누고, 수염 등을 제외한 세세한 피부의 명암과 주름을 그린 뒤에 마지막으로 흉터나 수염 등의 장식적인 요소를 그리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위에 예로 제시한 프리스트와 달리 여성 캐릭터는 얼굴 명암을 묘사하는 데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과하게 표현할 경우 만화체의 특성상 예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적당한 선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다수의 인물을 표현할 때에 각 얼굴에 집중해 그리다 보면 명암의 강약이 제각각으로 보이거나 빛 방향이 틀어질 수 있으므로, 수시로 전체를 비교하며 통일성이 유지되도록 신경쓰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머리카락과 피부, 면과 실크 등의 질감 차이에 유의하며 계속 채색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머리카락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까다롭습니다. 잘게 나뉜 면이 많지만 너무 좋은 면적만 신경쓰지 않도록 유의하며 다른 부분과 같이 기본 명암을 잡고 세부묘사를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먼저 어두운 면을 설정한 뒤 중간면을 만들고서 가장 어두운 면과 가장 밝은 면 등 세세한 명암을 표현하면 됩니다.





 전체 이미지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한 명, 한 명 떼어서 각각의 파일로 완성한 뒤에 한 파일로 합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때문에 전체의 균형을 확인하기가 더욱 어려워져 중간중간 임의로 병합하여 진행했습니다. 파일의 수는 물론이고 묘사할 것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레이어 역시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 같은 작업에서는 레이어가 뒤섞이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회사작업의 경우 업무 특성상 다른 이가 psd를 열람하여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잦기 때문에, 각 레이어의 용도를 알아보기 쉽도록 이름을 구체적으로 정한 뒤 그룹으로 묶으면 관리가 용이합니다. 수정할 때마다 덧칠할 새 레이어를 계속 생성하여 쌓으면 추후의 레이어 관리가 매우 어렵게 됩니다. 레이어를 난잡하게 쓰며 작업하는 습관은 되도록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부 묘사
 귀검사가입은 청바지는 데미지진의 느낌을 내기 위해 질감 묘사에 꽤 신경을 썼습니다. 하지만 질감의 표현이 중요한 부분이라 할지라도 이 때문에 전체의 명암 균형이 깨지면 안 되므로, 일단은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큰 명암을 먼저 잡습니다. 어두른 푸른색의 기본 색상을 만든 뒤 누런 빛의 때를 넣습니다. 그냥 묘사해도 되지만, 편의를 위해 Overlay 형식의 레이어를 추가하여 앞서 묘사한 명암이 깨지지 않게 질감만 추가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두 단계를 거쳐 기본적인 청바지 질감이 완성되었습니다. Overlay 레이어로는 자연스러운 피부색을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찢어진 부분의 묘사를 위한 새로운 normal 레이어를 추가합니다. 여기에 살갗이 드러나는 부분을 그린 뒤, 바지의 해진 부분과 실오라기 등을 묘사하면 완성입니다.




배경
 인물의 묘사가 모두 끝났으므로 본격적인 배경묘사를 시작합니다. 벽면의 세세한 질감과 돌출된 부분의 명암을 묘사하고 바닥의 대략적인 색감을 만들어줍니다. 둘 모두 평면이기 때문에 질감을 먼저 만든 뒤 나머지 장식을 그려주는 편이 조금 더 편리합니다.
 벽면은 기본적으로 평평하여 극적인 명암을 묘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칫 심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얼룩이나 총탄에 부서진 흔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밋밋함을 해소했습니다.




 벽돌을 꼼꼼히 묘사한 뒤에 노란 빛의 무늬들 역시 벽면의 질감에 어울리도록 때 묻은 느낌을 추가하고, 바닥에 자잘한 자갈 등을 그려 배경을 완성합니다. 벽돌의 깨진 형태나 바닥의 질감 역시 사진 등을 참고하는 것이 사실적인 표현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림자는 Multiply 레이어를 활용하면 벽이나 바닥에 묘사한 질감을 그대로 살리며 자연스럽게 넣을 수 있습니다. 빛의 방향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그림자의 방향과 형태이므로, 명암을 묘사하며 애써 통일시킨 빛의 방향성이 틀어져 보이지 않도록 빛 방향과 인물이 차지하는 공간, 형태를 고려해 정확하게 묘사합니다. 그림자가 주변광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한 회색이 될 경우 색감이 탁해질 수 있어 전체의 균형에 맞게 표현해야 합니다. 이번 그림은 붉은 색이 매우 강하므로 적당한 붉은 빛이 될 수 있도록 채색했습니다.




완성
 전체적으로 균형을 살피며 부족한 부분을 다듬으면 완성입니다. 작업을 하면서 흔히 하는 실수로 첫째, 빛이 통일되지 않는 것과 둘째, 묘사량이 적당히 배분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빛의 통일은 구도를 잡는 단계에서부터 명암 또한 동세와 마찬가지로 전체와 균형을 이후며 극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채색을 시작한 뒤로는 완성 단계까지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세부묘사 때문에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빛과 명암, 질감 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는 부분이므로 지속적인 연습과 공부가 필요합니다. 묘사의 배분은 어느 한 곳만 지나치게 정밀한 묘사가 되거나 되지 않은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실제로 각 부분을 그리는 데에 투자한 시간이나 면의 세분화 정도가 유사한 것보다는, 그림 전체를 봤을 때 균형을 이루어 보이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 또한 전체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작업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특히, 자신이 묘사에 흥미를 느끼는 부분과 그렇지 않는 부분 사이의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그림은 약 20일에 걸쳐 작업했으며 8164*5914 픽셀의 대형 작업이기도 합니다. 2008년도 초의 갓 신입을 벗어난 제가 그리기에는 규모나 기술면에서 상당한 도전이 요구되었던 그림입니다. 당시에 겪었던 시행착오가 아트북 수록을 위해 썼던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네요. 그간 많은 질문을 받았던 브러쉬 설정 등을 보다 자세히 다듬어 옮겼으니 참고하여 그림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