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자신은 사람을 잡아먹으려 하면서도 남에게 잡아먹히는 것은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모두 의심스런 눈초리로 서로 상대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버리고 마음 편히 일하고, 길을 건고 식사하며 잠을 자면 얼마나 즐거울까! 그것은 단지 문지방 하나, 고개 하나를 넘어서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부자, 형제, 부부, 친구, 사제, 구적, 그리고 서로 알지도 못 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 패거리가 되어, 서로 격려하면서 죽어도 이 한 걸음을 넘어서려 하지 않는 것이다."
10.
"약간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이 잘 안 나오는군요. 형님, 옛날 인간이 야만인이었던 시대에는 아마 모두 사람을 잡아먹었겠지요. 그 후 생각이 바뀌어서 개중에는 사람을 잡아먹지 않고 서로 사이 좋게 지내려고 노력하여 인간으로, 참다운 인간으로 변하는 자도 있을 것이고, 또 여전히 사람을 잡아먹고 있는 자도 있겠지요."
루신, 『광인일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