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e
어둡고 정적인 느낌을 잘 전달하기 위해 동세를 크게 잡지 않았습니다. 마법사의 성격에 맞도록 차가우면서도 강한 인상을 줄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어려웠으며, 중학생 정도의 나이에 어울리는 어른도 아이도 아닌 체형을 잡는 것 역시 꽤 까다로웠습니다. 마침 유명 만화인 《나루토》에 비슷한 연령대의 인물이 많이 나오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만화이기도 해서 많이 참고했습니다. 근육이 다 발달하지 않은 나이여서 자연스러운 옷의 표현을 위한 최소한의 근육만 그렸습니다.
마법사다운 특수한 능력을 강조하기 위해 공중에 떠있는 모습으로 그렸으며, 차분한 성격에 맞게 상하체 모두 동작을 최소화하고 한쪽 팔에만 특징을 몰아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빛을 기준으로 하되, 얼굴 옆의 손 주위로 마법을 표현하고 그로 인한 밝은 빛을 가장 중점적으로 묘사할 계획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라빛이 강한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범위 안에서 다양한 색감이 표현될 수 있도록 마법은 푸른색으로 묘사할 생각입니다. 마침 전직 중에 얼음 속성의 마법을 위주로 하는 빙결사가 있고, 차가운 성격에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냉기가 나오는 모습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앞서 계획한 대략적인 동세와 명암의 흐름에 맞춰 옷과 머리카락의 형태를 그렸습니다. 마법으로 인한 빛이 그림의 왼편에 위치하기 때문에 역광을 반대편으로 넣을 예정이어서, 시선의 흐름이 자연스럽도록 하반신의 장신구가 왼편으로 흩날리게 했습니다.
이처럼 외곽의 형태를 정할 때에는 그림 전체의 명암과 장식의 배치, 균형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옷의 주름과 명암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팔의 외곽만을 선으로 그리게 되면, 정작 명암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전체의 균형이 맞지 않거나 어색해여 수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옷의 프릴이 많아 주름을 묘사하는 것이 까다로웠습니다. 하늘거리는 재질인 만큼, 팔의 위치와 각도에 맞는 주름을 묘사해야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상상해 그리는 것이 꽤 어려웠습니다. 해골은 질리도록 그린 적이 있기 때문에 별로 어려울 것 없이 그렸습니다.
여태까지 머릿속으로만 잡았던 채색 계획을 대략적으로 그려 그림에 적용해보는 단계입니다. 디자인이 모두 정해진 상태여도 조명의 색과 위치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어떤 식으로 명암을 구성할지, 어떤 느낌으로 채색할 것인지 등을 간략하게 그려보며 앞으로의 과정을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느낌을 볼 수 있을 정도로만 그리되 완성 상태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0분 내외면 충분히 위와 같은 정도의 채색을 할 수 있지만 이 과정 덕분에 앞으로의 계획이 전부 잡히게 됩니다. 위의 결과물을 보면 전체적으로 어둡고 튀지 않는 명암에 손에서 나오는 마법으로 인한 강한 푸른빛,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역광이 배치된 것을 알 수 있고, 각 조명이 어떤 상관관계인지, 푸른빛으로 인해 보라색의 옷이 어떤 색으로 비칠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완전한 예측이 된 상태로 바로 그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가능해지려면 그만큼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예측하기도 어려우니 웬만하면 이 과정을 미리 거치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잡고 미리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잡은 얼굴빛이 너무 칙칙하여 조금 밝은 색으로 수정했습니다. 앞 단계에서 확인하지 않고 피부색만 먼저 그렸다면 모든 묘사를 마친 뒤에 얼굴만 새로 그려야 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얼굴은 그림에서 가장 시선이 집중되는 곳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다듬고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부분도 앞서 잡은 계획에 맞춰 크게 크게 면을 나누며 큰 덩어리와 색감을 잡았습니다.
얼굴을 먼저 그리긴 했지만 한 부분씩 따로 그리면 전체의 균형이 맞지 않을 수 있으니 골고루 그리며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선이 가야 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묘사량 차이를 고려하며 작업하면 어느 한 곳만 불필요하게 많이 그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전체의 균형을 살피며 손에서 나오는 빛에 맞게 옷의 주름과 명암을 묘사하고 나머지 부분을 그려 몸체를 완성했습니다.
해골은 단순한 장신구로 덩그러니 그리니 아쉬워 양쪽의 것이 각각 성격을 가진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왼쪽의 해골은 소극적이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다리 위에 숨어있고 오른쪽의 해골은 말이 많고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까불거리는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마법사가 말이 적은 편이니 해골이 말을 많이 하면 재밌겠다 싶었던 게 처음의 생각이었습니다. 설정에 대한 회의 자리에서 기획자와 다른 디자이너에게 이야기했더니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그림에도 반영했습니다.
이젠 손에서 나오는 마법을 그릴 차례입니다. 냉기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표현하고 싶은데, 사실 다른 부분과 달리 마법은 특정한 형태가 없고, 빛을 반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내는 경우가 많으며, 현실에서 딱히 참고할만 한 것이 없기 때문에 표현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붓자국이 남으면 어색해보이기 쉬워서 보통의 브러쉬로는 그리기 어려우므로, 원하는 부분을 자유롭게 늘일 수 있는 Smudge 툴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써보지 않은 분들은 사진이나 그림에 사용해보면 금방 감이 올 겁니다.
냉기가 일렁이는 큰 흐름을 먼저 묘사했습니다. 이 흐름을 기준으로 반짝이는 효과나 하얀 냉기를 묘사하여 완성할 예정입니다. 정확한 색의 확인을 위해 외색의 배경을 깔고 작업했고 Screen 레이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몸의 바깥쪽에 효과가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배경에 놓아도 잘 섞일 수 있도록 Normal 상태 그대로 투명하게 그렸습니다. Screen이나 Dodge 계열 속성의 레이어는 밝은 배경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밑색이 없으면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형태를 묘사하기 전에 먼저 냉기가 뿜는 빛을 표현하기 위해 손 아래에 은은한 푸른빛을 넣었습니다. 이후 두 번째 단계에서 보통의 브러쉬로 푸른 일러임을 그린 뒤 Smudge 툴로 문질러 부드럽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표현이 단조로우므로 조금 더 밝은 색으로 손 주변을 강조하고 세세한 묘사를 했습니다. 이것으로 빛에 강약이 생겨 훨씬 자연스러운 색감이 표현됐습니다. 끝으로 자잘한 선과 얼음 덩어리를 넣고 마무리했습니다.
투명도를 가지도록 제작했기 때문에 흰 배경 위에서도 잘 보입니다. Screen 속성으로 만들었다면 흰 배경 위에서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이렇게 냉기 부분의 묘사를 끝내고 완성했습니다. 이전과 달리 Smudge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완성도가 조금 올라가서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