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demos Flu in Ghost Train

 빅 고스트 플루는 유령열차에 상주하는 수많은 원혼의 거대한 집합체입니다. 몸 전체가 악령의 덩어리이기 때문에 표현 방식에 차이를 두려 했습니다.


 다른 분이 작업한 원화가 있었기 때문에 원화의 기본 자세에 맞춰 옆모습으로 그렸습니다. 악령이 뭉쳐진 느낌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인체의 근육 형태는 그대로 따르되 각 근육이 해골의 형태로 일렁이게 했습니다. 이전에 그렸던 사령술사 덕분에 해골은 쉽게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릴 것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열심히 해골을 그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동세가 지나치게 평이하고 전체적인 느낌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마침 급하게 해야 할 다른 일이 많아 그리기를 멈췄습니다. 다시 몇 개월이 훌쩍 지나서야 공개 시점을 앞두고 급하게 다시 그리게 되었습니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지난 3일 간 맹렬한 속도로 작업해 완성했습니다.
 결국 위의 초안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 작업하게 되었는데, 위압감을 위해 아래에서 본 시점으로 그렸습니다. 하지만 허리를 숙이고 있는 기본 자세 때문에 아래에서 본 느낌을 주기가 어려워서, 허리를 편 자세로 바꿔 악령이 모여 빅 고스트 플루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악령이 뭉쳐지는 과정이라 몸 곳곳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고 구멍이 뚫리거나 흘러내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렸습니다. 먼저 시점과 구도, 체형을 잡기 위해 아주 기본적인 동세만을 잡았습니다. 커다란 크기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그릴 생각입니다.


 위의 과정에서 전체적인 구도를 확정 지었으므로 본격적인 세부 묘사를 시작했습니다. 해골 형태의 악령으로 몸 전체가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기본적인 근육의 형태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으므로, 먼저 근육의 형태를 그린 뒤 큰 틀에 맞춰 해골 형태로 채웠습니다.
 이 단계에서 세부적인 형태와 명암에 대한 계획이 머릿속에 그려져야 수월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으므로 완성 단계를 상상하며 꼼꼼하게 계획을 잡습니다.


 앞서 그린 밑그림을 바탕으로 필요한 선만 정리합니다. 밑그림을 그린 레이어의 투명도를 낮춘 뒤, 새로운 레이어를 추가하여 깔끔하게 새로 그리는 것이 좋습니다. 전체 단계 중 가장 지루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단계입니다.
 사실 밑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오른쪽 위에 있는 해골과 같이 본체 주변으로 악령을 여럿 그려줄 생각이었으나 그려야 할 해골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습니다.




 전체적인 색감을 잡기 위해 이런 저런 색으로 그려봤습니다. 초반엔 자줏빛이 도는 몸체에 위에서 내리쬐는 빛을 주려 했으나, 자줏빛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울리지 않았고 빛의 방향도 부적절하여 다른 식으로 바꿨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푸른빛이 도는 보라색의 몸체에 아래에서 비추는 조명이 되도록 수정했습니다. 최근엔 어째 팰트슈얼티메이텀 등 보라가 주색인 작업이 많았네요. 어쨌든 아래에서 보는 시점에 빛 역시 아래에서 쏘는 것은 공포 영화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라 악령의 느낌에 잘 어울립니다.
 이 단계에서 기본적인 배색과 색감, 명암, 분위기 등이 모두 결정되므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깔끔하게 다듬으며 그릴 필요는 전혀 없지만 앞으로의 채색에 대한 청사진이 될 수 있도록 여러 사항을 고려해 작업해야 합니다. 대략적인 표시만 하는 방식으로 그리기 때문에 그리는 시간 자체는 길지 않지만, 그만큼 다양한 시도로 적절한 색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단계에서 실수를 하게 되면 이후의 모든 채색이 틀어질 수 있습니다.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인 얼굴과 가슴 부근부터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시선이 많이 가는 곳의 색상이나 대비, 묘사량이 결정되어야 다른 부분의 묘사량 배분이 자연스레 진행될 수 있으므로, 주가 되는 부분을 먼저 일정 단계 이상 묘사를 진행한 뒤에 다른 부분을 비슷한 정도로 끌어올리고, 다시 주가 되는 부분을 그리는 식으로 반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골의 묘사는 명암의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전체적인 명암이 잡힌 이후에 굴곡을 만드는 식으로 그렸습니다.






 앞서 잡은 대략적인 형태 위에 세세한 악령의 모습과 손에 비치는 빛을 묘사했습니다. 해골 수십 개를 반복적으로 그리니 엄청 지치네요. 너무 지쳐서 아래쪽 해골과 왼손의 묘사는 과감하게 포기!


 전체적으로 역광을 추가했습니다. 주가 되는 광원 외에도 역광이나 반사광 등 광원이 여러 방향에 있을 경우, 한 번에 모든 광원의 영향을 고려해 그리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모든 것을 동시에 계산해 그리는 것은 난해한 작업일 뿐더러, 굳이 그렇게 그릴 이유도 없으니 위의 과정처럼 한 번에 하나의 광원씩 차근차근 추가하며 그리면 훨씬 쉽게 그릴 수 있습니다. 특히 역광처럼 주가 되는 광원과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들어오는 빛을 표현할 때 유용합니다.
 몸체의 채색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기준이 될 부분이 작업이 끝났으므로 나머지 부분은 어렵지 않게 그릴 수 있습니다. 참 쉽죠?


 나머지 장식을 모두 그렸습니다. 여태 그렸던 부분과 달리 장신구는 타원이나 육면체 등 투시가 정확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형태여서 정확하게 그리기가 까다로운 편입니다. 특히, 쇠사슬은 밑그림 단계에서부터 정확하게 그리지 않으면 비뚤거리게 되어 그림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애써 그린 다른 부분까지 망가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Screen 레이어를 추가하여 빛이 번지는 효과를 넣고 완성했습니다. 이전에도 여러 번 설명했던 부분이고 큰 차이는 없기 때문에 Screen 레이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크기가 크고 묘사할 것이 매우 많았는데 주어진 시간은 짧아 어려웠던 그림입니다. 초안에서는 몸체가 투명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등 뒤로 장식이 비치는 것을 그리려 했지만 시간 문제로 아쉽게도 넣지 못 했습니다. 머리 위의 장신구의 세부 형태가 너무 크게 그려져서 몸체의 크기가 크지 않아 보이게 만드는 것도 매우 아쉽네요. 하지만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잘 그려졌고 평소 그려보지 못 했던 부분을 그릴 수 있어 상당히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