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Dark Knight and Creator
최종 완성본은 영상 파트에서 제작했고 스토리보드는 마법사와 마찬가지로 안남규씨와 여주현씨가 작업했으며, 제가 영상에 들어갈 그림을 그렸습니다. 대사는 성우가 녹음할 예정이어서 따로 말풍선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안남규씨가 그린 스토리보드입니다. 사실 스토리보드가 하나 더 있는데, 분량이 두 배 이상이며 다크나이트와 크리에이터의 어린 시절을 다루고 있습니다. 둘이 어떤 식으로 타임로드를 만나 시간의 힘을 얻게 되는지를 자세히 보여주는 내용이었는데, 이야기 자체는 위의 스토리보드에 비해 훨씬 재밌었으나 아쉽게도 분량 문제로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최종 선택된 안남규씨의 스토리보드를 바탕으로 여주현씨가 화면의 비례에 맞게 스토리보드를 구체화했습니다. 큰 변화보다는 컷 분할과 시점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세세한 연출이 최종 완성본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완성된 스토리보드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채색을 시작했는데, 색감도 고민이었지만 묘사 방식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설정상 우주 최후의 별이 폭발하는 장면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폭발하는 별을 그려야 하는데, 사실적으로 그리기엔 캐릭터와의 괴리감이 커지고 단순화시켜 그리려니 초라해보일 듯했습니다. 게다가 최후의 별인 만큼 주변에 다른 별 하나 없이 텅 빈 우주를 그려야 해서 배경이 밋밋해질 우려가 있었습니다. 캐릭터 또한 사실적으로 묘사할지, 단색으로 표현할지 등 애매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생각이 꽉 막혀서 갈피를 못 잡은 채로 꽤 오랜 시간을 멍하니 있었던 것 같네요. 시안을 여럿 잡은 후에 어느 정도 감을 잡고 방향을 확정했습니다.
초기 시안 중 하나입니다. 어떻게 그릴지에 대한 계획을 잡는 단계이기 때문에 세부묘사가 전혀 되어있지 않고 색감도 제대로 잡혀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이번 프롤로그는 비교적 이야기의 흐름이 단순하고 시공간의 이동이 없어 색감의 흐름을 잡는 것은 매우 간단했습니다. 마법사 프롤로그처럼 그림체의 변화도 요구되지 않았고 격투가 프롤로그처럼 다양한 인물이 등장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폭발하는 장면과 크리에이터가 마법을 사용하는 장면을 기준으로 약간의 변화만을 주기로 했습니다. 어느 정도 정한 뒤로는 바로 최종본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구체적인 부분은 그리면서 바로 정했기 때문에 중간 단계가 더 남아있진 않습니다.
위와 같이 작업을 완료하고 영상 파트에 전달하였습니다. 이후의 과정은 저의 관여 없이 영상 파트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일부 장면은 영상화 과정에서 삭제되거나 다른 연출로 교체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색감도 조금 바뀌고 질감이 추가되었더군요. 영상 파트의 작업을 위해 움직일 부분별로 레이어를 따로 떼어 작업하는 것이 꽤 번거롭긴 했지만 결과물이 잘 나와서 만족스럽습니다. 최종본은 아래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 관련 작업이 모두 마무리된 후 추가 작업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추가되는 장면은 두 캐릭터가 아라드 대륙으로 진입할 때 나오는 것인데, 차원의 틈을 통해 아라드 대륙으로 떨어지는 두 캐릭터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앞의 영상과 달리 기존 프롤로그처럼 그림만 보여주는 방식이라 작업이 훨씬 편했습니다.
세부묘사를 마친 뒤에는 떨어지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배경에만 Radial Blur를 Zoom 속성으로 적용했습니다. 오랜만에 역동적인 구도를 그려서 엄청 재밌었습니다. 떨어지는 모습도 세 컷 정도로 세밀하게 연출하는 게 어떨까 싶었는데, 언제나처럼 일정이 촉박하여 한 장만 그렸더니 조금 아쉽네요. 추가 컷을 완성하고 전체 작업을 마무리 지었습니다.